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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사 빙클러(Insa Winkler)
시작기간 2007-07-19
종료기간 200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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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꿈꾸는 풍경-나뭇잎을 매단 자동차

독립 큐레이터 유현주

2006년 독일에서 그를 만났을 때, 인사 빙클러(Insa Winkler)는 화장기 없는 맑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문득 요즘 유행하는 테크놀로지 아트에 대한 질문을 했다. 첨단의 기술과 자연의 만남을 상상하면서 매체에 대한 그의 사고가 얼마나 유연한지 알고 싶었다. 그는 그러한 유행에 발 빠르게 따라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그 즈음 그는 생태학 공부에 푹 빠져 있을 무렵이었기에 기술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이 더욱 고조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한국에서의 전시제안에 선뜻 응한 후 작품 구상에 돌입하고 내게 보냈던 이미지들은 예상한 바와 같이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풍경의 단면들이었다.

대지의 예술가, 인사 빙클러

인사 빙클러는 1960년 북서부 독일의 니더작센 주의 작은 도시 올덴부르크에서 조경 건축가(landscape architect)의 딸로 태어났다. 지금의 빙클러의 예술세계를 형성해주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보고자 한다면, 그가 태어나고 자란 올덴부르크의 아름다운 전원과 그가 현재 사는 곳에 그의 아버지가 설계한 농장의 아름다운 작은 식물원과 빙클러와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는 말과 개를 보면 미루어 짐작된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틈나는 대로 농장 일을 돌보면서 동시에 빙클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조형화해주길 기다리는 식물, 나무, 돌, 강철, 금속, 콘크리트들을 주므르는 그의 바쁜 손길 너머로 그가 왜 그토록 자연과 풍경 그리고 생태학에 관심을 갖는지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2004년 금강자연비엔날레를 계기로 그의 작품을 알게 되었던 나는 그 후 지금까지 몇몇 전시를 통하여 그와 교류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제 이 단독 전시를 열게 됨으로써 빙클러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소개할 수 있어 반가움을 금할 수 없다. 먼저 그의 부단한 예술이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빙클러는 1982년부터 1988년까지 독일 Kiel의 조형미술학교(Fachhochschule für Gestaltung)에서 Jan Koblasa에게서 수학하였다. 그곳에서 그는 재료와 공간의 관계를 다루는 조각술에 깊은 흥미를 느꼈고, 그 후 그의 특별한 재능은 유럽의 여러 곳에서 유학할 계기를 갖게 하였다. 1984년 독일-프랑스 청년작품장학금을 수여받은 빙클러는 프랑스 툴롱의 에콜 드 보자르에서 유학하였고, 1987년엔 영국 Norwich 아트스쿨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다. 한편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던 당시 그는 1986년 Kiel에서 PRIMA KUNST라는 갤러리를 공동설립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그의 경력들을 인정받아 빙클러는 1987년 Bonn에서 교육과학부(Bildung und Wissenschaft)장관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올덴부르크 대학에서 강의하였고, 1991년 한 해 동안 미국의 피츠버그에 있는 Chatham대학의 강의를 초청받았다. 1996년 니더작센 주 지역 등지의 창작기금을 받아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던 중 2003년 빙클러는 올덴부르크 지역 미술상을 수상하였다. 2003년에 창립한 STUDIO KUNST UND LANDSCHAFT(스튜디오 예술과 풍경)이란 갤러리를 현재까지 운영하면서, 독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체코, 러시아, 화이트 러시아, 사우스 코카수스 등지에서 전시를 해오던 빙클러는 2004년 한국에서 열린 금강자연비엔날레에 <한글가든>이란 제목의 전시작품으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2005년과 2006년 대전 이공갤러리에서의 국제전시 <상생과 명상>전에도 참가하면서 대전과는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생명과 평화의 언어

인사 빙클러는 20대 후반부터는 대지미술가로서 자연, 식물 그리고 풍경에 대해 서로 다르지만 공유하는 부분들을 가진 작업을 해 왔다. 그는 그러한 대지미술에 대한 프로젝트 뿐 아니라, 2006년부터 현재까지 독일 비스마르 건축 환경대학의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무엇보다도 예술과 환경, 특히 생태에 대한 전시기획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환경에 대한 문제에 열정적으로 접근한다. 최근 몇 년간 빙클러의 전시 제목만 보아도 그러한 일관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전(식물시스템)(2006), (도토리돼지)(2006), 단체전 (식물들의 대화)(2006), (에코토피아)(2006), (내적 자연)(2005), (에코토피아, 코카서스의 현대 예술과 자연)(2005), (예술가 농부를 만나다)(2004)와 같은 전시들은 기존의 정치적인 이슈들과 관련시킬 수 있었던 기획 전시들에 비추어 볼 때, 조금은 달라진 맥락에서 그러나 빙클러의 삶과 철학에서 동일한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 과거에 그의 전시는 다분히 예술가의 앙가주망을 떠올리게 할 만한 논쟁거리를 던져주었다. 특히 (옛 군사 지역의 전환을 다룬 전시)(2000)과 (체르노빌 원자 폭발에 관련한 국제심포지온)(1996-1998)은 그런 점에서 전쟁과 과학기술에 대한 그의 정치적 진술로 주목되기도 한다. 그는 대지예술가답게 그런 정치적 발언을 풍경 속으로 숨겨 놓는다. 아니 어쩌면 그 풍경 스스로가 말해주길 기다리는 지도 모른다.

은 2000년에 빙클러가 기획한 전시로서, 독일 영내의 최대의 섬인 Rügen의 옛 군사주둔 지대였던 작은 반도(Landzunge) “Bug”의 방공호에 남아있던 파편들로 이루어낸 새로운 ‘풍경’이었다. 사실 1차 세계대전 당시 수상비행장(Seeflugstation) 역할을 하던 “Bug”는 전쟁이후 군 시설을 없애고 점차 관광지로 변모해 갔다. 그러나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고 얼마 후 빙클러는 그곳의 사격장과 방공호 등지를 전시장으로 전환하면서 예전의 군대의 잔해들을 기억시켰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서곡’으로 왜 그는 기억하기 싫은 전쟁국가로서 과거의 풍경을 떠올렸을까? 또 왜 그 과거의 잔해들을 “Futura”(미래)의 풍경이라고 부르고 싶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구멍 뚫린 사격 표적지가 아름답게 칠해진 그 전시장에서 사람들은 전쟁의 상흔으로부터 위안 받고 있음을 느낀다. 폭격으로 황폐화된 그 조그만 반도에서 콘크리트의 단단함을 뚫고 솟아나기 시작한 풀 한 포기의 질긴 생명력처럼 자연이 스스로를 치유하듯, 어쩌면 빙클러의 ‘풍경’은 과거 전쟁의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고자 하는 퍼포먼스일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빙클러의 풍경은 요셉 보이스Joseph Beuys의 나찌의 유태인 학살을 은유했던 <지방 의자(fat chair)>(아우슈비츠의 소각된 시체들에서 나온 지방을 은유하기 위해 사용한 그것을 인간의 신체를 연상시키는 의자에 설치해 놓음)가 담고 있는 반성과 치유의 메타포와 유사성을 지닌다.
그의 그러한 ‘풍경’이 독일의 “Bug”에서 역사의 옷을 입었었다면, 이제 빙클러는 한국의 작은 도시에서 그가 꿈꾸는 도시의 ‘풍경’을 몽타주한다.

도시의 풍경-비닐봉지 속 자연과 나뭇잎을 매단 자동차

빙클러의 이번 전시의 컨셉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재순환’(Recycling)의 개념이다. 재생 또는 재순환이란 개념은 이미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사물들 속에 내재한다. 은행에 가면 보게 되는 종이분쇄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종이들이 곁에 놓인 화분의 나무에로 옮겨 가 마치 나무 가지처럼 자라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언뜻 보기에 서로 관련이 없는 것들을 마구 뒤엉켜 놓은 분쇄기와 화분의 풍경은 어느새 하나의 재순환의 과정으로 일체를 이루고 있다. 아니 사실은 문명(분쇄기의 종이)이 존재할 수 있는 모태로서 자연(나무)과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음이 더욱 확연해진다. 여기서 나무는 자연이며 따라서 나무 자신의 순환을 가진 생명이다. 나무의 생명이 종이에서 되살아나는 순환의 재순환. 빙클러는 문명의 상당한 부분들이 이러한 자연에 기대어 숨 쉬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순환의 과정들은 이미 그가 1998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식물알파벳들(plantalphabet)인 12개의 식물의 신체 코드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희랍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에 영감을 받아 식물에도 영혼이 있음을 문제 삼았던 13세기의 Albertus Magnus는 모든 자가 운동하는 육체는 혼이 있다고 하였고, 그의 그러한 사상은 빙클러에게 다시 큰 영감을 주었다. 빙클러는 3년간 식물의 신체코드를 문자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연구하여 기호화 하는데 성공하였고 결국 12개의 식물알파벳의 활자가 만들어졌다. 그 식물의 기호들은 씨앗, 뿌리줄기, 식물의 구근, 알뿌리, 뿌리들, 꽃들의 형태를 본뜬 것들이며, 그것들을 뒤집으면 고대의 인물 형상을 하고 있다. 즉 인간과 식물의 몸체를 일치시키고자 한 빙클러의 의지가 이루어낸 그만의 독특한 언어가 탄생한 것이다.

빙클러의 식물알파벳들은 인간의 삶과 죽음, 희로애락, 젊음과 늙음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자연의 순환은 곧 인간 삶의 순환이다. 상형문자와 같은 그 언어들이 인간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즐거운 시각적 유희를 선물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 자연의 ‘생명성’을 강조하는 빙클러의 철학이 잠재한다. 그러므로 빙클러는 자연에 무심코 들이대는 변형의 메스들이 인간의 시스템을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고 덧붙인다. 문명의 이기들이 가져온 일회용 비닐들, 자동차의 매연 문제는 진부하다고 할 만큼 널리 인식되어 온 환경의 문제이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빙클러는 우리가 비닐봉지로 포장한 음식재료들을 꺼내어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즉 음식재료가 아닌 바로 그 비닐봉지들을 요리하는 과정을 시연함으로써 그 문제를 환기시킨다. 그러한 비닐봉지 속에 수시로 우리의 자연을 담고 있다는 사실조차 무감각한 우리에게 그것은 다소 익살스러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진지한 전시의 주제와는 조금 다르게 전시가 유쾌한 이미지들을 발산하는 것은 빙클러의 작품이 갖는 특별한 매력이다. 그것은 그가 설치하는 풍경의 재료들이 밀고 당기는 긴장감에서 오는 것일 뿐 아니라, 대지의 건강함을 닮은 긍정성의 덕목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예술의 직접적 소재로 사용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그러한 긴장감은 어느덧 자연 재료들을 빙클러가 은유하고자 하는 메타포의 예술로 전환시킨다. 그때 그 메타포들은 비판의 소리만 내지르지는 않는다. 자동차 매연을 뿜는 도시를 비난하는 대신에, 빙클러는 황산화물 매연이 아니라 산소를 내뿜는 녹색 나뭇잎을 달고 쌩쌩 달리는 자동차를 드로잉 한다. 사실 예전부터 녹색은 자연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색다른 “빙클러 그린(Winkler-Grün)”은 빙클러 고유의 회화적 느낌을 창출해내고 있다. 그의 그러한 녹색 창연한 드로잉들 속에는 생태학적인 환경의 문제로 신음하는 이 도시가 꿈꾸는 풍경이 살아있다. 또 그러한 자동차들이 빙클러의 풍경 속에서 우리는 복잡한 듯 보이는 이 도시가 자연덕분에 재순환하며 오늘도 우리 삶을 순환시키는 거대한 생명체임을 확인한다.

독일의 미학자 아도르노(Adorno)는 자연미는 자연의 모사가 아니라 자연이 그 자체 이상의 것을 말하는 듯해 보임으로써 미를 지닌다”고 하였다. 인사 빙클러가 말한 것처럼, “자연이 곧 풍경은 아니”듯이 자연이 바로 자연미를 드러내는 예술작품은 아니다. 자연미는 오히려 식물의 언어를 기억하던 인류의 유년을 환기시키는 고통의 감정에 가깝다. 이 열정적인 대지미술가의 손에서 자연은 도시에서 잃어버린 풍경을 찾는 매개로 전환되며, 관객들은 그러한 풍경을 꿈꿀 권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전시를 마련해 주신 이안 갤러리 대표 황재경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같은 꿈을 꾸기 위해 먼 독일에서 이곳으로 날아 온 인사 빙클러에게 마음으로부터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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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ower of Sustainability (지구보존을 위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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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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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 to the blue, 2007, Mixed technic o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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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power, 2006, metal, welded and pai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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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performance : "end of pipe"-plastic cooking, 2007, gas cooker, wok, different sorts of PVC, Polyvinylchlorids and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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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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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talphabet 1, feet pill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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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 Cotyledon (part of installatio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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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 Cotyledon (part of installation),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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