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갤러리이안 기획전

집으로 (ZIP)

이갑재, 박효정

2016. 9.29 ~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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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재 / 가벼움의_시대,_Light_times_Cutting,_Wax_on_thread,_Acrylic_on_paper>


무거움 짐을 내려놓다: 종이로 탄생한 가벼움의 유희


이갑재는 종이작품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작가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라는 성서의 말씀도 상기되지만, 작가는 가볍지 않은 건축적인 요소를 밝고 선명한 종이로 풀어냈다. 현대작가가 식상하고 보편적인 일상에서 도시건축과 마주친다는 당연하겠지만, 국제자본주의 미술이 지배하는 한국의 현대미술에서 종이로 시작하고 종이로 화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갑재는 작품제목을 가벼움이라고 명명했다. 무거움 짐을 내려놓는 종이작품으로 가벼움의 미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작가)이자 독해(비평)의 과제이다.


이갑재의 작품은 종이에서 출발하고 종이로 귀환한다. 종이의 특성이 한껏 발현된 작품을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더욱이 건축과 평면, 입체와 드로잉, 구조와 형상, 노동과 작업, 일상과 작업이 마주치면서 빚어낸 종이작품의 존재가치는 더할 나위 없이 커 보인다. 가벼운 종이가 내포한 의미의 층이 두터워지고, 그리하여 이것도 저것도 아닌 불명료한 사이에서 종이의 존재가 넌지시 부각된다. 이갑재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 위해 종이를 사용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전략적인 논리는 종이에서 그리고 종이의 특성에서 시각화 된다. 풀어서 말하면, 한편으론 미술작품의 존재방식이 매체=종이의 관계로 구체화되었고, 다른 한편으론 무거움 짐을 내려놓으라는 강령이 내제되어있다.


오늘날 일상이 버거운 것은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지만, 이갑재는 무거운 짐을 가벼운 종이로 내려놓는다. 종이가 가볍다는 것은 보편적인 지식이지만, 이갑재는 종이로 만들어진 미술작품의 존재방식도 결코 무겁지 않다고 주장한다. 서둘러 해명하면, 사각이라는 평면위에 색으로 칠한다는 회화적 행위, 드로잉이라는 가위질로 오려낸 건축적인 형태를 붙이는 콜라주행위가 부딪히면서 울리는 시각적 논리가 그러하다. 깊숙이 들여다보는 이유다. 게다가 여기에는 도시 속의 거주공간이라는 현실세계의 리얼리티, 한국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생산자의 리얼리티가 끈끈하게 묶여있다. 사회의 리얼리티와 미술의 리얼리티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야 현대미술의 특징이지만, 시각적 논리가 가벼워지려면 걸쳐야 할 단계가 많다. 종이로 한국현대미술에 도전장을 내밀고, 종이작품으로 가벼워지려는 이갑재는 우리에게 우리의 현실을 들어가 보라고 요청한다. 우리와 대화를 시도하는 방식이 유별나다. 가벼움이라는 미적가치의 진정성을 깊숙이 파헤칠지, 종이작품의 밝고 선명하고 깔끔한 외관에 우선권을 줄지 의문이다. 종이작품이 선사한 의문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대화를 요청하는 방식이 다분히 은유적이자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갑재는 종이작품에 몰두하는 작가다. 굳이 종이가 작품의 근원인 이유가 무엇인지, 종이가 시각미술의 매체로 환원하는 제작현장을 들여다보자. 그의 작업실은 종이작업의 현장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책상위에는 가위와 칼로 오려낸 가느다란 선들로 구성된 종이창문의 형태, 방향을 지시하는 수직과 수평선의 종이 드로잉 등이 수북이 쌓여있다. 이갑재의 작업실은 이렇듯 마치 어린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하는 유희=창작의 향연을 만끽하게 한다. 꾸밈없는 창작공간이자 밝고 선명한 사각의 평면위에 창문과 창문의 형태들로 획득한 섬세하고 단정한 공간미가 충만하고, 병렬적으로 붙이고 부조적으로 겹치고 입체적으로 세워진 건축적인 형상들로 깊어지는 작업실의 현장이다. 바닥에 펼쳐낸 전시될 작품들은 가위와 칼로 오려낸 건축과 창문의 기계적인 형상이 콜라주로 힘을 얻었다.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실 드로잉, 건축과 건축 사이의 틈새에 자리한 차가운 그림자의 여명이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흔들어 놓는다. 하얀 바탕에 자연적이자 기하학적인 형태들이 콜라주의 드로잉에 힘을 보태는 작품들도 쌓여있다. 몇 해 동안 칩거하면서 제작된 작품들이 생산자에는 무거움 짐을 내려놓는 과정이겠지만, 그리하여 가벼움의 미학을 관찰하라고 요구하지만, 미적 가벼움은 이렇듯 창작과정에서 그리고 제작자의 깊어지는 시각적 논리로 귀속된다.


이갑재는 종이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이 아니라 종이가 회화의 매체라는 주장을 작업실에서 펼쳐냈고 전시로 선을 보인다. 종이작업을 지속하는 원인이 작업실에서 찾아진다면, 종이작품은 가벼움의 미학을 안내하는 입문서와 같을 것이다. 종이가 미술작품의 유형이라는 주장, 미술작품이 종이를 통하여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 이 주장과 가능성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쉽게 보고 지나칠 종이작품이 결코 아니다. 전시장은 다채롭지만 미학적인 논리로 충만해진다. 작품의 제작방식이 한국의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작가의 종이작품 전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일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종이가 매체인지 이갑재만의 주장인지. 꼼꼼하게 따져보자. 물론, 현대미술은 우리에게 종이가 물질이 아니라 표현의 대상이라고 기록했지만, 그리하여 마티스가 유화물감에서 이탈하여 종이콜라주로 드로잉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를 만끽했듯이, 이렇듯 종이는 팝아트의 실크스크린을 등에 없고 현대미술을 파악하는 하나의 축으로 자리 매김 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티스의 후기작품과 팝아트의 실크스크린에서 종이=매체의 근원을 추적하기엔 무리가 있다. 여기서는 오히려 저렴하지만 가볍고, 일상적이지만 유연하고 그리고 나아가서는 변형이 용이하지만 평면의 근원을 보장하는 종이의 특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매체의 논리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미술의 역사는 종이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고, 마침내 드로잉과 수채화와 판화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가 종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서둘러 해명하면, 이갑재는 비교적 다루기 수월한 종이의 특성을 통하여 미술작품의 존재방식을 결정 짖지도 않았고, 더욱이 종이가 회화매체를 대체했거나 혹은 종이가 미술작품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가 사용하는 종이는 시각미술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현장에서 밝혀진다. 왜냐하면 그의 종이작업은 항상 노동(자르기, 붙이기 등)과 작업(콜라주, 드로잉)을 하나로 묶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종이는 노동과 작업을 매개하고, 붙이기와 콜라주 그리고 자르기와 드로잉을 연결하는 중개자다.


매체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파악한 이갑재가 아닌가. 매체는 두 개 이상의 내용 사이를 매개하는 것으로써 하나와 다른 하나의 사이에 존재하거나 그것을 연결하는 전달자를 말하는데, 이갑재의 종이작업은 노동과 창작, 드로잉과 회화, 평면과 입체의 사이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그 둘 사이를 매개한다. 쉽게 말하면, 이갑재는 콜라주와 드로잉의 사이를 종이로 풀어냈고, 그의 종이작품은 건축과 현대미술의 사이를 매개한다. 더 쉽게 말하면, 그에게 있어서 종이는 가벼움의 미학을 가시화하고 건축적인 내용에 적합한 방법으로 선택된 것이다. 이것도 그렇다고 저것이 아니라 두 개가 공존해야 가능하다는 가벼움의 실천미학일 것이다. 이렇듯 이갑재는 자신이 전달코자 하는 미학적 내용(가벼움)에 적합한지 아닌지 오랫동안 실험을 거듭했고, 그리하여 그의 종이작업은 예술에서의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탐닉한다.


이갑재는 우리에게 매개하려는 미학적 전제조건을 고려하라고 요청하는데, 그가 사용한 종이는 건축적인 형태로서 가시화되어 종이는 시각적 매체로써 자리 잡았다. 추상적이면서 형상적인, 평면적이면서 부조적인, 선적이면서 입체가 공존하는 종이작품, 여기에 냉정하면서도 부드럽고, 화려하면서도 차갑고, 단조로우면서도 구조적인 그리고 나아가서는 부분적이면서도 총체적인 미적 경험이 첨가됐다. 이갑재는 종이로 매체의 논리를 풀어낸 중견작가이자, 미적 경험이 풍부한 종이작품으로 의미의 층이 두터워지는 창작의 노정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노동이 작업이 되고, 작업이 노동이 되는 작가의 노정에 있어서 매체=종이의 정당성은 확보되었지만, 이로써 미학적 정당성은 마티스와 팝아트와 북아트 그리고 종이공예를 자연스레 관통한다. 건축적인 요소들이 획일화된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건들었다면, 가벼움은 회화에서 매체의 근원을 추적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갑재는 동시대문화와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작업을 노동에서, 도시공간에서 작업의 논리를 찾아낸 작가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두툼한 겨울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봄맞이 하는 작가 이갑재. 그는 인간의 삶이 가벼워지길 희망한다. 그리하여 그는 찍고(Print), 덧붙이고(Collage), 가위질(Drawing)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이러한 동시대 작가의 노정에 건축과 미술, 평면과 입체, 회화와 드로잉이 동참하여 탄력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리얼리티가 이갑재에게 창작의 동기를 부여하여 작가의 노정은 메마르지 않듯이, 끊임없이 가벼워지려는 그의 의도에 찬사를 보내야 하질 않을까.


2012. 6 김승호(미술비평, 동아대 교수)


이갑재 , Lee Kab Jae, 李甲宰

충남대,경희대학원졸업


<개인전>

2015 Light times(파비욘드 갤러리,서울)

2014 Light times(갤러리 아이, 서울)

2013 Light times - 이공갤러리(대전)

2012 가벼움의 시대 - 롯데화랑(대전)

2006 여행자 - 이공갤러리(대전)

2004 송은갤러리(서울)

2002 가벼움의 시대 - 대전시민회관

2001 이공갤러(대전)

2000 조성희 화랑(서울)

1999 가만히 바라보다 - 이공갤러리(대전)

1998 어떤 의문 , Drawing - 현대화랑(대전)

1996 어떤 의문 - 나화랑(서울)

1993 어떤 의문 - 관훈갤러리(서울)


<단체전>

2016 Bus-1번(대전근현대전시관)

2016 1 Anniversary, 365(토이리퍼블릭갤러리, 서울)

2015 집의 귀환<Retun Home>(국민대학교 박물관, 서울)

2015 소제동, 골목길을 걷다(대전 철도보급창고)

2015 보물섬-예술로 돌아 온 것들(양평군립미술관,양평)

2015 Homescape(롯데갤러리, 안양,대전,광주)

2014 Belles Choses(파비욘드 갤러리,서울)

2014 Seven(갤러리 이즘, 대전)

2014 Swab(바로셀로나, 스페인)

2014 Beyond Space(갤러리 아이, 서울)

대전 서구 탄방동 1190.2층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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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_House on the house-star_혼합재료_50×50cm_2015>



<작가노트>


집은 누구나 꿈꾸는 공간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고, 가족이 형성되는 곳이며, 더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그 구성원들은 공통의 가치와 유사한 정체성을 갖고 있고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나 의사소통을 갖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같이 알고 있는 것, 같은 생각, 같은 감정들이 상징적으로 이미지화 된 '마크' '텍스트' 등 비슷한 모습을 띄거나, 이미지는 다르나 같은 감정을 표현을 하고 있는 그러한 모습을 나는 집의 형태를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다,


빨강, 노랑, 초록의 원색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 사이 사이의 검은색이 원색을 강렬하게 보이게 도와주고 있다. 색에서 보여주는 화려함과는 달리 집의 형태는 단조로운 모습을 띄고 있고 그 형태들은 이어지고 또 이어져서 큰 이미지나 또 다른 매체가 된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지만 표현이 같고 생각이 다르지만 느끼는 감정이 같듯이 각자 다르지만 연결되어 관계를 이루고, 서로 다른 존재가 연결되어 구조를 이루고 있다. 주변을 보면 비슷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비슷한 것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있다. 건축물의 기지처럼, 때론 미로처럼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는 관계 안에서 같이 공감하길 원한다. ■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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